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의 원제는 <노르웨이 숲>인데요. 책 제목에서부터 비틀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 느낌을 주죠. 비틀즈의 노래 중에서도 '노르웨이 숲'이 있는데 같은 이름입니다.
나는 매일 주점에 가서 서전트 페퍼즈 론리 하츠 클럽 밴드의 테이프를 워크맨으로 120회 정도 반복해 들으면서 이 소설을 써 내려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레넌과 매카트니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숲, 무라카미 하루키
나에게도 특별하게 기억되는 무수히 많은 날들이 있는데, 그런 날들은 꼭 음악과 이미지가 결합된 공감각적 기억으로 남아 있곤 한다. 특별히 오늘 기억나는 순간은 '내가 처음으로 음악 선물을 받았던 순간'이다.
2남 2녀 중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난 나는 바로 위에 오빠가 아홉 살 터울이나 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오빠는 대학생이었다. 오빠는 대학생이 된 후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는데, 집에 올 때마다 막내동생에게 필요한 것 있으면 사라고 용돈을 주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큰돈을 주고 갔다. 35년 전에 십만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에 방학 중이었던 오빠는 막내 동생의 졸업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오빠는
드넓은 운동장에서 선물을 건넸다. 직육면체의 네모난 물체를 포장지로 감춘다고 감추었는데
딱 봐도 카세트테이프였다.
내가 처음으로 받은 음악선물은 오빠가 건네 준 '신승훈 1집'과 '신해철 1집'이다. 인생에 있어서 '첫'이라는 기억은 너무도 특별해서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오빠에게 있어서 음악 선물은 첫 선물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우리 오빠는 여동생에게 음악 선물을 준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기억도 못 한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당신이 무슨 음악을 듣고 누구의 음악을 좋아했는지 기억이나 하려나 모르겠다.
어쨌든 오빠가 내게 선물해 준 테이프 이야기를 해 보자면
신승훈 1집
신흥훈이 1991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타이틀곡인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뿐만 아리나 총 8곡이 본인의 자작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이 앨범에서 신승훈이 작곡한 모든 노래는 전부 대학시절에 만든 노래라고 한다. 당시에 총 판매량은 140만 장. 대단한 판매 실적 아닌가?
수록된 곡을 살펴보면
신승훈 1집 수록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타이틀곡이라고 하지만, 나는 2번 트랙 '두 번째의 사랑'과 3번 트랙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가 유독 좋았었다. 요즘도 비가 오는 날이면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비가 오니까~'를 흥얼거리곤 한다.
> 두 번째의 사랑 들어보기
>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들어보기
신해철 1집
오빠는 1990년도에 발매한 신해철의 1집 앨범도 선물해 주었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대학가요제를 보다가 무한궤도라는 그룹사운드(그 당시엔 밴드라는 표현보다 그룹사운드라고 칭했던 것 같다)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먹던 밥을 뿜을 뻔했다. 신시사이저의 사운드와 응원가 같은 노래가 너무 좋았거든.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신해철 1집 수록곡
무한궤도의 시대는 끝이 나고, 메인 보컬이었던 신해철님이 발매한 1집 앨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는 대박이 났다. 앨범 정보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모든 곡의 가사를 해철님이 직접 쓰셨다는.
신해철 1집을 다시 한번 들어볼까?
1.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작사:신해철 작곡:원경 신해철 00:002. 떠나 보내며 작사:신해철 작곡:신해철 신해철 4:133. 너무 어려워 작사:석훈 작곡:석훈 신해철 8:334. P.M. 7::20 작사:신해철 작곡:정석원 신해철 11:305. 함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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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특히 좋아했던 곡은 1번 트랙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와 6번 트랙 '안녕' 두 곡이었다.
>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들어보기
> 안녕 들어보기
철학을 전공하는 이십 대의 해철님의 노랫말이 좋았고
'안녕'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자신감과 시건방짐 그리고 호기로움이 절묘하게 섞인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자연스러운 몸짓이 좋았다.
생각해 보면 오빠로부터 음악 선물을 받기 전에는
FM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녹음을 해서 듣곤 했었다.
녹음하다가 엄마가 심부름 좀 다녀오라는 소리도 녹음되기도 하고..
어쨌든 대학생 오빠는
중학생의 내가 고음질의 음악세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오늘 에피소드는 여기까지!
오늘은 오빠한테 전화나 해 봐야 겠네요! ㅎㅎ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순풍의 매일 1% 성장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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